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본문
1922년 3월 쌀쌀하던 어느 날, 한용운은 3년의 옥고를 치르고 감옥 밖으로 나왔어요. 그는 고된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어디서든 당당하게 행동했어요. 3·1 운동과 감옥살이를 한 뒤로 한용운은 더 유명해졌어요.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물밀 듯이 들어왔지요.
‘그동안 내가 쓴 시들을 정리해야겠다.’
1925년 한용운은 백담사를 오가며 틈틈이 써온 시들을 정리하였어요. 그는 시를 쓰며 마음을 다잡곤 하였지요. 여러 편의 시를 모아 『님의 침묵』이란 한 권의 시집으로 엮었어요.

『님의 침묵』 중에서
『님의 침묵』이 나오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연설을 잘하고 한시를 잘하던 그가 이처럼 빼어난 현대시까지 잘 쓸 줄은 몰랐기 때문이에요. 『님의 침묵』에 실린 시는 하나하나가 모두 뛰어난 문학성을 지녔어요. 그의 시에는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님의 침묵』에서 한용운이 끝없이 추구하고 그리워하는 ‘님’은 바로 ‘조국’이었어요. 일제의 감시가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조국의 독립을 ‘님’으로 은유하여 표현한 것이에요.
한용운은 『님의 침묵』의 시에서 잃어버린 조국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담았어요. 우리나라가 주권을 빼앗겨 슬프지만,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았지요. 그의 시들은 많은 사람에게 독립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안겨 주었지요.
님의 침묵 전문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1]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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