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과 합법을 가장한 조약에 외교권을 빼앗기다
본문
러·일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일본은 대한제국에서 러시아 세력을 몰아내고 국가 통치의 근본이 되는 재정과 외교권을 장악하기 위해 ‘제1차 한일 협약’을 체결하였어요. 겉으로는 대한제국과 일본이 서로 의논하고 협력하여 합법적으로 체결한 조약처럼 꾸몄으나 고종과 대부분의 대신들을 빼고 일부 친일 대신을 앞세워 체결한 불법적인 강제 조약이었어요.
제1차 한일 협약으로 대한제국은 일본인 재정고문과 미국인 외교고문의 협의 하에서만 나랏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일본은 재정과 외교 영역에서 시작해 국방, 법, 교육, 경제 영역에 고문을 파견하여 대한제국 정치의 핵심 영역을 점점 장악해 나갔어요.
고종은 러시아가 승리해 일본과 맺은 불법적인 조약들을 모두 무효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일본은 미국과 몰래 조약을 체결하여 필리핀은 미국이, 대한제국은 일본이 차지하는 것을 서로 인정하기로 하였어요. 그리고 영국과 다시 동맹을 맺고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를 외교적으로 보장받았어요.
전쟁에서 지고 있던 러시아도 미국의 포츠머스에서 전쟁을 끝내면서 일본이 대한제국을 지배하는 것을 인정하는 조약을 체결하였어요. 일본은 외교를 통해 대한제국을 국제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시켰어요.
러·일 전쟁은 결국 일본의 승리로 끝났어요. 여러 나라로부터 대한제국의 지배를 인정받은 일본은 이토 히로부미를 보내 대한제국을 보호국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바로 실행하였어요.
이토 히로부미는 경운궁(덕수궁) 중명전을 무장한 군인들로 에워싼 채 어전회의를 열게 하였어요. 고종은 조약을 반대하며 어전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이토 히로부미는 회의에 참석한 8명의 대한제국 대신을 상대로 협박과 회유를 하며 조약 체결을 강요하였어요.

중명전에서 을사늑약을 체결하는 모습
국가유산청
학부대신 이완용이 처음으로 찬성의 뜻을 밝혔어요. 그러자 일부 대신들이 이를 따르려 했어요. 참정대신 한규설이 이를 고종에게 보고하려 회의장을 뛰쳐나가다 일본군에 체포되어 감금되었어요. 3시간이 지나도 한규설이 돌아오지 않자 두려움에 떨던 대신들은 조약에 찬성하기 시작했어요.
을사오적의 찬성으로 과반수 동의를 얻은 이토 히로부미는 ‘제2차 한일 협약(을사늑약)’을 맺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하였어요. 이 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를 일본이 대신하게 되면서 외국에 있던 대한제국의 공사관은 모두 폐쇄되었어요. 한양에 있던 서양의 여러 공사관도 모두 철수하였어요. 외교권을 빼앗긴 대한제국은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외교적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었어요.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이듬해에 일본은 한양에 통감부를 설치하였어요. 이토 히로부미는 초대 통감이 되어 대한제국의 내정에 깊숙이 간섭하며 대한제국을 보호국으로 만드는 작업을 빠르고 치밀하게 진행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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